[이슈와 논점]국제적 대표성 확보와 역할 정립 필요

제2차 ‘서울 G20 국회의장회의’ 과제

두번째로 열리는 서울 회의…금융위기 넘어 안보까지 의제 확대

<주간경향>·국회 입법조사처 공동기획

오는 5월 18~20일 서울에서 ‘G20(주요 20개국) 국회의장 회의’ (G20 Speakers‘ Consultation)가 열린다. 2010년 6월의 캐나다 오타와 회의에 이은 두 번째 회의다. G20 국회의장 회의는 글로벌 거버넌스(협치)로 알려진 G20 정상회의와 더불어 ‘G20 시대’의 개막을 의미하는 중요한 회의다.

‘2011 서울 G20 국회의장 회의’의 준비위원장인 권오을 국회 사무총장이 4월 12일 국회에서 서울 G20 국회의장 회의 준비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G20 국회의장 회의 서울 개최의 의미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1980년대 말 민주화 과정을 거쳐 1995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되었다. 그리고 2009년 11월에는 ‘개발협력위원회’(DAC) 회원국이 됨으로써 명실상부하게 선진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한국, 개도국·선진국 가교 역할 최적격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주목받는 정치·경제 발전의 주요 모델이 되고 있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발전과정은 세계사적으로도 특별한 사례에 속한다고 한다.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개발도상국은 물론 최빈국들은 우리나라를 자국 발전의 주요 모델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데 최적격의 국가로 인정받는 배경이다.

서울 G20 국회의장 회의 개최의 의의는 무엇보다도 지구촌 문제를 해결하는 의회 차원의 글로벌 거버넌스가 구축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이는 계기라는 부수적 효과를 거둘 것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서울 G20 국회의장 회의에는 G7뿐만 아니라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그리고 아프리카연맹(AU) 회장국, G20 비회원국의 이해를 대변하는 글로벌 거버넌스 그룹(3G) 등 국제사회의 핵심적인 모든 국가들이 포함돼 있다.

아울러 의원외교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 국회의원들은 주요국 의회의 의장단은 물론 의원들과의 공식·비공식 차원의 협력관계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 같은 협력관계는 향후 돌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외교 사안 논의에 중요한 의사통로로 기능할 수 있다.

‘안전한 세계, 더 나은 미래’라는 구호를 내건 서울 G20 국회의장 회의의 주요 의제는 세 가지다. 제1주제는 ‘세계평화 반테러를 위한 의회간 공조전략’. 국회의장들은 자연재난 및 원자력 안전문제, 국제테러, 기후변화, 식량위기, 평화적 국제질서 등의 문제에 대해서 논의하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 진행된 G20 정상회의가 세계적인 금융위기 극복 논의에 주력했던 것과 달리 안보문제까지 포함시킴으로써 의제를 대폭 확대시켰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제2주제인 ‘선진국 개발경험 공유를 통한 개발도상국 발전전략’을 통해 국회의장들은 개발도상국과 최빈국의 발전과 성장을 위한 의회 차원의 기여방안에 대한 문제를 논의한다. 제3주제인 ‘금융위기 이후 동반성장을 위한 국제공조와 의회의 역할’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균형성장과 동반성장의 과제를 의회 차원에서 실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주제이다. 오는 서울 ‘G20 국회의장 회의’는 두 번째 회의인 만큼 G20 국회의장 회의가 향후 G20 정상회의와 같은 형태로 발전하게 될지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G20 국회의장 회의를 글로벌 거버넌스로 정립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첫째, G20 국회의장 회의의 국제적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서울 G20 국회의장 회의는 양원제를 채택하는 국가의 경우 상·하원 의장을 초청했다. 상원 의장만 초대한 오타와 G20 국회의장 회의에 비해 대표성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 G20 국회의장 회의에는 G20 비회원국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글로벌 거버넌스 그룹’(3G)의 대표국인 싱가포르가 포함되어 있다. 이 밖에 아프리카 국가들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아프리카 연맹’(AU) 의장국도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런 외연 확대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모든 의회의 입장을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의회 차원의 역할과 기능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의회의 핵심적인 기능과 역할은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그리고 입법활동으로 정리할 수 있다. 따라서 행정부 중심의 G20 정상회의와 의회 중심의 G20 국회의장 회의는 국제적인 기능과 역할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의회 차원의 국제공조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기존 협의체·민간과 연계해야
셋째, G20 국회의장 회의가 글로벌 거버넌스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칙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의장국 및 의제 선정, 합의내용의 이행문제 등이 그 대상이다.

넷째, G20 정상회의나 국제의회연맹 등 G20 국회의장 회의와 연관성이 있는 기존의 국제협의체들과의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 G20 국회의장 회의의 경우 대상국의 측면에서 G20, 그리고 회의 주체가 의회라는 측면에서는 국제의회연맹 등과 연관성이 있으므로 이들과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민간부문과의 연계성 확보 문제다. 정부 외교와 달리 의원 외교의 경우 때에 따라서는 공식적인 활동보다는 비공식적인 활동이 주요한 영역이 되곤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보다는 민간부문 접촉을 통해 외교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장기적으로 민간부문을 포괄하는 G20 국회의장 회의 구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슈와 논점

여섯째, G20 국회의장 회의 정례화를 위한 사무국 설치 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G20 국회의장 회의는 출범한 지 이제 2년에 불과해 사무국 설치 논의는 다소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G20 국회의장 회의가 좀 더 체계화되고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사무국과 같은 기구 설치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외교안보팀 유웅조 입법조사관<정치학박사>